세계 항만이 부산에 모였다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 2026) · 9월 15~16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개항 150주년 맞아 역대 최다 항만 CEO 참여, 공급과잉·탈탄소·AI를 짚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BIPC 2026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 대형 화면 앞 연단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화면 아래에 주최 부산항만공사, 공동주최 IAPH와 ADB, 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로고가 있다
9월 15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 개회식. 사진 제공: 부산항만공사

9월 15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 세계 주요 항만 대표가 모였다.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 2026)를 여는 자리였다. 내건 주제는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변화의 시대를 이끄는 혁신’. 부산항이 개항 150주년을 맞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항만 CEO와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가 이틀 일정을 함께했다.

회복탄력성이 경쟁력이다

기조연설은 옌스 마이어 국제항만협회1(IAPH) 총재가 맡았다. 함부르크항만공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 그가 꼽은 미래 항만의 경쟁력은 회복탄력성2이었다. 위기가 닥쳐도 운영을 멈추지 않는 힘을 말한다.

방법으로는 셋을 들었다. 위험을 미리 찾아낼 것, 대체 시설과 운송로와 백업 시스템을 갖춰 둘 것, 평소에 항만끼리 신뢰와 공동 대응체계를 쌓아 둘 것. 셋 다 위기가 닥친 뒤에는 만들 수 없다.

'14th BIPC 2026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 대형 화면 앞 무대에 수십 명의 참석자가 줄지어 서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화면에 9.15.~16. 일정과 150주년 로고가 보인다
개항 150주년을 맞은 올해 BIPC에는 역대 가장 많은 항만 CEO와 국제기구 인사가 참석했다. 사진 제공: 부산항만공사

“신조선이 기존 선대의 43%”

첫 세션 ‘변동성 시대, 컨테이너 해운의 회복탄력성’에서는 숫자가 경고 역할을 했다.

앨런 머피 씨인텔리전스 대표는 신조선 발주잔량3이 기존 선대의 43%에 이른다고 밝혔다. 새로 짓는 배는 많은데 해체는 더디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운항까지 정상으로 돌아오면 초과 선복4이 최대 20%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아주 탄 라이너리티카 대표는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쟁과 고유가에도 6% 넘게 늘었다고 했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과 AI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는 화물이 그 힘이었다. 다만 새 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이만한 수요로도 늘어난 선복을 다 채우지 못한다고 짚었다. 해상운임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연료를 바꾸는 일, 혼자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세션은 항만 탈탄소를 다뤘다. 바우더바인 시몬스 로테르담항만공사 사장이 수소 인프라와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실증, 녹색해운항로5 추진 사례를 풀어놓았다.

남은 과제도 셋으로 추렸다. 친환경 연료를 넉넉히 댈 수 있는가, 값이 감당할 만한가, 나라마다 다른 규제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어느 것도 한 항만이 혼자 풀 수 없다. 그래서 항만끼리 손잡고 저탄소 기술을 쓰는 범위를 넓히자는 데로 이야기가 모였다.

부산항이 내놓은 답 — AX

세 번째 세션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AI’에서는 송상근 사장이 연단에 섰다. 부산항의 인공지능 전환6(AX) 전략을 내놓는 자리였다.

출발점은 데이터 통합과 자동화다. 그 위에 올라서서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지능형 자율운영 항만으로 간다는 그림을 그렸다. AI로 운영 효율과 안전성을 함께 끌어올리고, 현장에서 검증한 모델은 국내외 다른 항만으로 넓힌다.

배우던 쪽에서 내놓는 쪽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BIPC 2026 조형물이 놓인 무대 위에서 참석자들이 두 줄로 서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뒤 화면에 'Blueprints into Action: Driving Innovation for a Resilient Future'가 적혀 있다
개회식에 참석한 국내외 항만·국제기구 관계자들. 사진 제공: 부산항만공사

둘째 날, 안전과 북극항로

9월 16일에는 IAPH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동 특별세션을 열어 항만과 국제기구가 어떻게 손잡을지 짚었다. 이어 ‘현장 중심의 항만 안전관리’ 세션이 항만 현장의 안전 문제와 대응 방안을, ‘북극항로의 미래를 향한 항해’ 세션이 북극항로7의 가능성과 남은 과제를 다뤘다.

“부산항의 새로운 150년을 여는 출발점에 역대 가장 많은 세계 항만 리더들이 함께해 더욱 뜻깊은 행사였다. 앞으로도 BIPC를 통해 세계 항만의 지혜를 모으고, 논의의 성과가 항만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이 자리를 하루 앞둔 9월 14일, 같은 사람들이 「항만 CEO 라운드테이블」에 둘러앉아 「부산항 선언 2026」을 채택했다. 선언 전문과 참여 항만은 SPECIAL REPORT — 부산항 선언 2026 에서 이어진다.

용어 설명

본문에 표기된 번호와 같습니다.

  1. IAPH(국제항만협회) — 세계 항만과 항만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민간 협의체입니다. 항만 운영 기준과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2. 회복탄력성 — 사고·재해·분쟁 같은 충격을 받아도 운영을 이어 가고 원래 상태로 빨리 돌아오는 힘입니다.

  3. 신조선 발주잔량 — 이미 주문했지만 아직 인도되지 않은 새 배의 총량입니다. 앞으로 시장에 풀릴 공급량을 미리 보여 줍니다.

  4. 선복(船腹) — 배가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 공간입니다. 초과 선복은 실을 화물보다 공간이 남는 상태를 말합니다.

  5. 녹색해운항로 — 특정 두 항만을 잇는 구간에서 친환경 연료 선박만 운항하도록 인프라와 제도를 함께 갖춘 항로입니다.

  6. AX(인공지능 전환) — 디지털 전환(DX) 다음 단계로, 축적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판단에 쓰도록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7. 북극항로 — 북극해를 지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입니다.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거리가 짧지만 결빙·환경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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