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공공선박 5척, 시민에게 활짝 열리다

부산항 개항 150주년 기념 ‘부산항 선박 공개·체험 행사’

부산항 선박 공개·체험 행사

1876년 개항 이래 150년. 부산항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왔다. 전 세계로 오가는 물동량을 실어 나르고 수만 척의 선박이 드나들었지만, 갑판 위 풍경은 늘 ‘저 너머의 세계’였다. 지난 6월 19일과 20일, 개항 150주년을 기념하는 제19회 부산항축제 현장에 5개 해양 공공기관의 대표 선박들이 부산항에 나란히 정박했다. 조타실부터 기관실까지 직접 들어가 보고, 항해 시뮬레이터 핸들까지 잡아볼 수 있는 ‘부산항 선박 공개·체험 행사’가 열린 것이다. 부산항 사람들의 일상, 그 속으로 시민들이 직접 걸어 들어간 시간이었다.

글. 편집실 사진. 김주찬

150주년 맞아 열린 부산항의 문

이번 행사는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아 부산항만공사(BPA)가 새롭게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공공선박을 시민들에게 직접 공개해 부산항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바다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대표적인 해양 유관기관들인 부산해양경찰서,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국립부경대학교도 뜻을 함께하며 각 기관의 대표 선박을 이끌고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부산항만공사 사옥 일원에 집결했다.

행사는 부산항축제와 연계해 19, 20일 이틀간 무료로 운영됐다. 20일 오전에는 기상 악화로 일정이 일시 중단되는 변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1,800여 명의 시민이 현장을 찾아 선박 체험에 참여했다. 해경 경비함정부터 해양조사선, 대학 실습선, 친환경 전기추진 항만안내선까지, 성격도 임무도 전혀 다른 공공선박 5척을 직접 승선해 볼 수 있다는 소식은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해양·조선 업계 종사자, 해외 관광객들까지 행사장으로 이끌었다.

현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체험이 시작되자마자 부두로 달려온 한 선박 업계 종사자는 “회사 직원들과 다 같이 왔는데, 조선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선박 장비를 직접 보는 것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일은 아이들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온 한 가족도 “학교를 마치자마자 달려왔는데, 평소 배를 좋아하는 아이가 직접 타고 체험까지 하니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른다”라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이번 선박 공개 행사는 단순한 체험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간 쌓아온 첨단 해양 기술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늘 멀리 있던 부산항을 삶 가까이로 데려오는 시간이었다. 150년 동안 부산항과 시민 사이에 놓여 있던 거리가 이틀 만에 훌쩍 가까워졌다.

다섯 척의 선박, 다섯 가지 이야기

이번 행사에서 시민들을 맞이한 5척은 저마다 뚜렷한 임무를 지닌 공공 선박들이다. 각 기관 담당자들이 직접 동행 안내를 맡으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① 한반도호 |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예비 해기사를 교육·양성하는 실습선이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소속 한반도호는 이번 행사 참여 선박 5척 중 가장 큰 실습선으로 2018년 취항했다. 항해·기관실 시뮬레이터, 전자해도장치, 멀티미디어실 등 첨단 교육 장비를 두루 갖추고 현재 부산·인천 해사고등학교 학생들의 승선실습을 전담하고 있다.

이날 체험은 선박에서 가장 낮은 기관실에서 출발해, 구명 설비를 거쳐 가장 높은 선교에 오른 뒤 항해 시뮬레이터로 마무리되는 동선으로 구성됐다. 그 중 단연 인기는 홍콩항을 그대로 재현한 항해 시뮬레이터였다. 핸들을 직접 잡아보는 순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이 터졌다. 현장에서 추가 타임이 편성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부산해사고등학교 입시 설명도 곁들여지며 학부모들의 관심도 함께 모았다.

* 제원: 총톤수 5,255톤, 전장 103.5m

* 체험: 항해 시뮬레이터 체험, 구명정 시승, 선교 투어

② 온바다호 | 국립해양조사원

우리나라 바다를 가장 정밀하게 기록하는 배다.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온바다호는 총톤수 3,966톤의 차세대 첨단 하이브리드 해양조사선으로, 우리나라 해역의 해저 지형과 조석·해류를 전담 조사한다. 다중음향측심기를 비롯한 20여 종의 최첨단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저소음·저진동 추진 시스템을 통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탐사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행사 당일 아침 취항식을 가진 이 배는 이날 처음으로 조타실·측량관측실·해양관측실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선내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평소 전문 연구진만 출입할 수 있는 관측실과 장비를 직접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 제원: 총톤수 3,966톤, 전장 95.3m

* 체험: 해양조사장비 소개, 측량·관측실 관람 및 조타실 체험

③ e-그린호 | 부산항만공사 찾았다! 해범이와 뿌뿌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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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범이와 뿌뿌

BPA 소속 e-그린호는 부산항의 매력을 전하는 부산항 홍보대사다. 국내 관공선 최초로 100% 전기추진방식을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으로 2025년 12월 취항했다. e-그린호의 특별함은 전통문살, 툇마루 등 우리 고유의 한옥 콘셉트와 문양을 적용한 인테리어에 있다. 국내외 물류업계 종사자, 학생 등 시민 누구나 탑승하는 만큼, 세계에 한국적 미를 선보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조타실·승객실이 공개됐다. 호텔 같은 고급스러운 실내에서 여유를 누려보고, 조타실에서 직접 핸들을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BPA 누리집을 통해 시민 정기 운항을 운영하고 있으며, 예약 오픈 당일 10여 분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뜨겁다.

* 제원: 총톤수 309톤, 전장 40m

* 체험: 부산항 소개, 포토존 운영, 전기추진시스템 견학

④ 경비함정 1501함 | 부산해양경찰서

1501함은 바다 위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의 경비함정이다. 부산해양경찰서 소속으로 해양 주권 수호부터 재난 구조, 범죄 수사까지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기관실부터 조타실, 헬기데크까지 함정 곳곳을 자유롭게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실제 헬기가 착륙하는 헬기데크에서는 진입 각도에 따라 녹색과 붉은색으로 바뀌는 항법등의 원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50~100m 거리의 화재 선박에 해수를 직접 쏘아 보내는 소화 펌프, 시속 약 70km로 범죄 선박을 추격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갑판 위 10m급 고속단정까지. 해양경찰관이 장비 하나하나의 실전 임무를 생생하게 전하는 동안, 시민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 제원: 배수톤수 2,974톤, 전장 102.2m

* 체험: 함정 내부 견학, 해양경찰 임무 소개, 주요 장비(항해기기·고속단정) 체험, 헬기데크 관람

⑤ 나라호 | 국립부경대학교

국립부경대학교 소속 나라호는 첨단 해양환경·자원 탐사선이자 전국 해양 관련 학과 학생들의 승선실습과 해양 연구조사를 수행하는 국내 대표 교육·연구선이다. 선박자동위치제어시스템(DPS)과 전기추진장치, 안티롤링 탱크 등 첨단 항해 장비를 탑재해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여기에 음향측심기와 해저지층탐사기 등 전문 해양관측 장비까지 갖춰 바닷속 지형과 자원을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다.

이날은 선박 소개를 시작으로 기관실과 연구실, 조타실을 차례로 둘러봤다. 선박 곳곳에 설치된 해양조사장비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이어졌다. 해저 퇴적물을 채취하는 박스코어러와 피스톤코어, 수온·수심·염분·산소 농도를 한 번에 측정하는 CTD까지. 해양연구의 현장이 생생하게 펼쳐지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았다.

* 제원: 총톤수 1,494톤, 전장 70.7m

* 체험: 실험·연구실 소개, 선교 및 기관실 체험, 관측 및 해양조사장비 소개

미니 인터뷰

최영진·방지현 씨

“평소 선박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같은 배라도 기관마다 목적이 다른 것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나라호 같은 실습선은 교육 목적이라 연구 장비 위주로 구성돼 있고, 해경은 빠르게 출동해야 하니 엔진도 훨씬 강력하고요. 5척을 직접 비교해보니 각 선박의 특징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내일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네요. 부산항축제도 같이 즐기고 가겠습니다.”

백훈연 씨, 최이서 양·최이준 군

“이서와 이준이는 5살 쌍둥이 남매예요. 배를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평소 이렇게 타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관심은 많은데 접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이라 이번 기회에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개 안 되는 선박을 직접 타보고 체험까지 할 수 있으니 저도 새롭고 재밌었어요. 아이들이 조금 더 컸다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네요. 선박체험행사가 매년 열리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좋은 추억 만들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i 행사 개요

  • 일시 : 2026년 6월 19일(금)~20일(토) 14:00~18:00
  • 장소 : 부산항 연안유람선부두 및 연안여객터미널 일대
  • 참여 선박 : 경비함정 1501함, 나라호, e-그린호, 한반도호, 온바다호 총 5척
  • 대상 : 일반 시민 누구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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