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개항 150주년, 항구가 축제로 물들다

제19회 부산항축제 현장 속으로

제19회 부산항축제 현장속으로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기념하는 제19회 부산항축제가 6월 19~20일 이틀간 북항친수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한때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기도 했지만, 북항은 음악과 웃음, 불꽃과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뜨거웠던 이틀간의 기록을 전한다.

글. 편집실   사진. 김주찬, 부산축제조직위원회

개항 150주년, 역대 가장 풍성한 무대

올해 부산항축제는 달랐다. 열아홉 번째를 맞은 2026년은 ‘개항 150주년’이라는 역사적 무게가 더해졌다. 부산광역시·부산지방해양수산청·부산항만공사(BPA)가 주최하고 부산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축제. BPA는 처음으로 ‘부산항 선박 공개·체험행사’를 연계해 시민 체험·참여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고, 행사 공간도 북항친수공원과 랜드마크 부지, BPA 사옥 일원까지 넓어졌다.

개항 1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더해졌다. 포트라운지 한편에는 기념 부스가 자리를 잡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연표 패널 앞에 서면 1876년 부산포 개항부터 근대 무역항의 태동, 1970~80년대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 2000년대 신항 개장,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북항 재개발까지 150년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졌다. 체험 이벤트도 재치 있었다. ‘북극항로 슬라이딩 게임’과 오감만으로 커피잔에 정확히 150g의 원두를 담아야 선물을 받는 ‘무역왕 챌린지’까지, 숫자 ‘150’에 개항의 의미를 담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바다사랑·해양환경을 주제로 열린 ‘어린이 바다사랑 글짓기·그림 그리기 대회’, 작은 종이배에 소망을 적어 수로에 띄우는 ‘소망배 띄우기’까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150주년 기념 프로그램이 축제 곳곳을 채웠다. 종이배를 접어 조심스레 물 위에 내려놓고, 배가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나이를 넘어 진지함이 담겼다. 항구 하나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 근현대사였던 시간, 그 역사 위에 시민들의 소망이 하나씩 더해졌다.

포트라운지, 작은 항구가 열리다

이번 축제의 핵심 공간은 단연 포트라운지였다. 실제 선원들의 휴식·식사·오락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험형 공간으로, 선원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체험존, 소규모 무대 공연이 이어지는 공연존, 세계 8대 무역항 대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존으로 구성됐다. 부산에서 싱가포르·로테르담까지, 세계 항구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보는 경험은 낯설고 새로웠다.

공연존의 열기는 특히 뜨거웠다. 프로젝트 소행성·기봉·지원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박진형·구본진 마술사의 마술쇼가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루비댄스의 스트릿댄스와 새길의 태권도 퍼포먼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무대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라이브 공연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시민들의 표정에는 저마다의 행복이 묻어나고, 마술 무대를 보는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층층이 쌓인 포트라운지는 축제 속 또 다른 축제장이 되었다.

바다를 온몸으로, 수상레저·선박·미션투어

수상레저체험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북항친수공원 수로 위를 문보트·UFO보트·패들보드·수상자전거·카약·폰툰보트까지 6종의 레저 기구가 쉬지 않고 오갔다. 평소 바라보기만 했던 친수공원 수로 위에 직접 몸을 올려놓는 경험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해가 지자 수면 위로 불빛이 깔리며 한층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BPA 사옥 일원에서는 항만과 선박을 직접 경험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e-그린호·해경함정·한반도호·온바다호·나라호 등 공공기관 선박 5척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부산항 선박공개 체험행사’였다. 생애 처음 갑판 위에 올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에 설렘이 번졌다.

‘해양미션투어’는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형 체험이었다. 아이들은 숨겨진 항로를 찾기 위해 북항 곳곳에 숨겨진 약 20가지 체험과 미션을 수행해나갔다. 무인수상선 조종·수중 드론 관람·VR 쇄빙선 체험까지, 다채로운 미션이 이어졌다. 미션지를 펼치며 진지해진 아이들의 눈빛에 부모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션 하나를 완수할 때마다 손에 쥐어지는 선물은 덤. 북항이 통째로 모험의 무대가 된 유쾌한 시간이었다.

폭우의 첫날, 그래도 불꽃은 터졌다

축제 첫째 날 오후 7시, 개막 세리머니가 이어지는 사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폭우로 바뀌었다. 야외 매대는 천막을 덮었고, 몇몇 체험 부스도 문을 닫았다. 그래도 관람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비를 꺼내 입고, 우산을 펼치고, 어떤 이들은 그냥 비를 맞으며 무대를 즐겼다. 빗속에서 울리는 너드커넥션의 뜨거운 록 사운드와 케이윌의 애절한 발라드가 오히려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며 함성을 끌어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북항의 풍경이었다.

밤 9시 20분, 15분간의 불꽃쇼가 시작됐다. 짙은 해무가 깔린 북항 하늘 위로 불꽃이 터졌다. 밤하늘에 부드럽게 번지는 빛의 향연. 몽환적인 풍경에 현장 곳곳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비 내리는 밤, 해무 속 불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제19회 부산항 축제의 낭만을 압축하는 한 컷이었다.

맑게 갠 하늘, 행복한 축제의 장

축제 둘째 날 오전, 강풍 예보로 수상레저체험과 선박 공개 행사 등 일부 야외 프로그램이 안전상 중단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고 하늘이 열리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랜드마크 부지에서는 ‘낭만가득해’ 행사가 펼쳐졌다. 한만도기 DJ 공연을 시작으로 태권도 퍼포먼스, K-POP 댄스,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오후 내내 이어지며 북항을 채웠다. 축제장 곳곳에서도 체험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잔디밭에서 느긋이 앉아 음악을 즐기는 이들, 따뜻한 햇살 아래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 오전의 강풍이 무색할 만큼 행복하고 평온한 오후였다. 이날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역사 강사 최태성(큰별쌤)의 야외 특별 강연이었다. “부산 시민의 날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뜻밖의 질문으로 시작된 강연은 이순신 장군의 부산포 해전부터 개항, 산업 발전, 부마민주항쟁, 미래 북극항로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부산항이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 무대였음을 새삼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제19회 부산항축제 현장속으로

부산항은 늘 부산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전쟁과 피란, 산업화와 재개발까지, 이 항구가 견뎌온 시간만큼 시민들의 희로애락도 이곳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며 더 큰 행복을 찾아낸 축제의 이틀처럼, 비 온 뒤에 더 따뜻한 햇살이 기다린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미니 인터뷰

박기태·이현정 부부, 박시은·박지인 양

“비가 왔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오히려 줄이 길지 않아서 수상자전거, 카약, 보트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거든요. 저희가 3주 연속 근처 캠핑장을 이용하면서 늘 바라보기만 했던 친수공원인데, 직접 물 위에서 체험하니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저녁에 해가 지고 불빛이 들어오니 더 예쁘고 낭만적이었어요.”

김구일·김현주·신기훈·최보람 씨

“매년 와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미루다가, 올해 드디어 부부동반으로 오게 됐어요. 와보니 축제 규모도 생각보다 훨씬 크고, 공간도 정말 예쁘게 잘 꾸며져 있더라고요. 라이브 공연도 신나게 즐겼고, 불꽃쇼는 해무 덕분에 오히려 더 몽환적이고 아름다웠어요.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네요.”

김대원 씨, 이삼순 씨, 김성훈 군

“어머니 모시고 아들이랑 셋이 왔는데,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소망배도 띄우고 이것저것 체험하면서 셋이서 정말 알차게 보냈어요. 어머니도 처음 오셨는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시면서 정말 좋아하셨어요. 다른 축제들도 많이 가봤지만, 동선이나 공간 배치 면에서 부산항 축제가 최고였던 것 같아요.”

i 행사 개요

  • • 기간 : 2026년 6월 19일(금) ~ 20일(토)
  • • 장소 : 북항친수공원·랜드마크 부지·BPA 사옥 일원
  • • 주최 : 부산광역시·부산지방해양수산청·BPA
  • • 주관 : 부산축제조직위원회
  • • 입장 : 무료 (일부 체험 프로그램 유료)
  • • 주요 프로그램 : 개막 공연(너드커넥션·케이윌), 부산항 불꽃쇼, 포트라운지, 수상레저체험, 부산항투어, 선박 공개 체험,
    해양미션투어, 소망배 띄우기, 어린이 글짓기·그림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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